불기2555(2011)년 10월 2일 오전 10시 지리산 화엄사에서 道天堂(도천당) 道川大宗師(도천대종사)의 다비식이 엄수되었다. 

  道天堂(도천당) 道川大宗師(도천대종사) 열반재(涅槃齋)는 원로의원 밀운, 진제, 혜승, 고우, 고산, 정관, 암도 대종사 등과 교육원장 현응스님, 포교원장 혜총스님, 호계원장 법등스님과 전국 교구본사 주지스님 등 2천여 사부대중이 참여한 가운데 진행되었다.

  도천대종사는 1910년 강원도 회양에서 출생, 1928년 세수 19세에 금강산 마하연에서 묵언스님을 은사로 출가하여 금강산 마하연에서 보문, 성철 스님 등과 안거를 나셨고, 이후 신계사, 유점사, 표훈사, 장안사, 법왕사, 묘향산 상원 등 고찰을 두루 통방하시며 수행 정진을 거듭하셨다.

  스님은 1954년 동산, 효봉, 청담, 금오 스님 등과 더불어 비구 정화 운동에 참여하셨으며, 1962년부터 금산 대둔산 청령골 끝자락에 소재한 태고사를 중창하셨고, 태고사를 중건하는 정진 도중에도 제방의 납자들을 경책하시면서 정진을 게을리 하시지 않았습니다. 2004년 5월 31일 가야산 총림 해인사에서 대종사 법계를 품서 받았다.

  도천대종사는 출가 이후 80여 성상을 지내면서 ‘一日不作 一日不食(일일부작 일일불식)①’의 ‘百丈淸規(백장청규)②’와 일하는 것이 곧 수행이라는 ‘勞動禪(노동선)③’의 정신으로 후학들을 지도하시던 모습 속에 대도인의로서의 풍모와 가풍을 여실히 드러내셨다.

  스님은 2011년 9월 28일 법랍 83세 세수 101세로 원적에 드시기 전 “나는 깨친 것이 없어 수미산 주인집에 머슴 살러 갈거여.”라는 ‘涅槃誦(열반송)④’을 남기셨다.

  도천대종사의 다비식에서 대한불교조계종 종정 도림 법전 예하께서는 법어(원로의원 진제스님 대독)를 통해 “종사(宗師)는 번뇌 속에서 푸른 눈을 열어 ‘임제(臨濟)⑤’의 ‘대기대용(大機大用)⑥’을 불어넣은 우리 종문의 눈 밝은 ‘본분종사(本分宗師)⑦’이자 거인(巨人)이었다.”고 대종사의 행장을 추모했다.

  원로회의 의장 종산스님(원로회의 부의장 밀운스님 대독)은 추모사를 통해 “스스로 몸을 비워 ‘환귀본처(還歸本處)⑧’하는 것이 진리의 ‘당체(當體)⑨’라지만 치열한 수행의 사표요, 자애로운 스승의 모습을 이제 볼 수 없으니 후학들은 못내 흐르는 눈물을 참을 수 없습니다.”라고 추모하고 “이제 와서야 스님께서는 우리 곁에 가장 가깝게 머물다 가셨던 ‘선지식(善知識)⑩’이었음을 알고 자책하며, 수미산에서 부처님 시봉 끝나는 날, 부디 사바세계에 다시 현신하시어 무량한 자애로 어두운 후학들을 성성하게 일깨워 주소서.”라며 짧은 헤어짐을 아쉬워했습니다.

  총무원장 자승스님은 추도사를 통해 “큰스님께서는 스스로를 태고사의 머슴이라 낮추시며 일과 공부가 둘이 아닌 수행의 경지를 우리에게 일깨워 주셨으니 이(理)와 사(事)에 ‘무애(無碍)⑪’한 도인의 모습이 바로 큰스님의 진면목이십니다.”며 “육신의 편리함을 멀리하고, 검박(儉薄)하고 절약하는 가운데 평등을 구현하였으며, 나보다 남을 위해 살라고 가르치신 큰스님은 주인과 머슴이 따로 없는 경지를 보여주셨으니 이제 수미산 주인집의 주인이 되셨습니다.”라며 도천대종사의 수행과 가르침을 추모했다.

  호계원장 법등스님은 조사를 통해 “큰스님께서 비록 원적하셨으나, 스님의 가르침 밝고 분명하니 후학들이 높이 받들어 공양하고 따를 것이며, 납자 모두가 장부일대사(丈夫一大事)를 해결하고 그리하여 이 땅이 다시 ‘영산회상(靈山會相)⑫’이 되고 소림의 풍류가 넘쳐흐르도록 백척간두에 서서 진일보하는 힘과 용기로 정진할 것을 다짐합니다.”며 “큰스님께서 부디 이 세상에 불보살로 다시 오셔서 어리석은 후학들의 길잡이가 되어주시고 다시 한 번 불조(佛祖)의 혜명(慧命)이 이　땅에 현현하도록 하소서. 사바세계를 환히 비추소서.”라며 조문했다.

  문도대표 명선스님은 “오늘 열반재(涅槃齋)에 참석해 주신 스님과 신도분들께 감사드리며, 도천스님의 유지대로 문도가 화합하고 더욱 분발 정진할 것입니다. 여러분들의 경책을 부탁드립니다.”며 영결식장에 참석한 사부대중께 감사의 인사를 건넸다.

  열반재(涅槃齋)가 끝난 후 도천대종사의 법구는 대웅전과 각황전을 향해 3배 올린 후, 인로왕번, 영정, 향로, 위패를 앞세우고 화엄사 연화대(蓮花臺)로 이운(移運)해 다비의식(茶毘儀式)을 진행했다. 스님의 초재는 10월 4일(음. 9월 8일)이며, 49재는 11월 15일(음. 10월 20일) 지리산 화엄사에서 거행된다.

/然華 浮雲 松巖 李珉行
 
◈註解(주해)

①一日不作 一日不食(일일부작 일일불식)
  백장(百丈) 회해(懷海, 720～914)선사의 말이다. 인간은 노동 없이는 생존할 수 없다는 것을 전제(前提)로 하고, 노동하는 자만이 진실로 생활할 자격이 있다는 것을 선적(禪的)인 독특한 엄격주의(嚴格主義)의 입장에서 발언한 것으로 매우 널리 알려진 선어(禪語) 중의 하나이다.
 백장선사가 노령이 되어서도 여러 중들과 같이 일하는 것을 송구스럽게 본 제자들이 “이제 선사님은 작무(作務)를 하시지 마십시오. 저희들이 할 터이니 제발 오늘 하루만이라도 쉬십시오.”하고 부탁하였다.
 제자들의 말을 따라 일자리를 떠난 선사의 모습은 식사 때가 되어도 나타나지 않았다. 사방으로 찾아봤더니 선사는 좌선당(坐禪堂)에 묵묵히 앉아 계시지 않는가. 이에 놀란 제자들에게 선사가 한 말이 바로 “하루 일하지 않으면 하루 먹지 않는다.” 라는 말이었다.
 이러한 ‘필연성으로서의 노동’은 ‘노동이야말로 생존이다’라는 기본적인 인간관에 기초를 둔 것으로, 출가자의 노동이 ‘법시(法施)’라는 정신적 노동으로 완전히 승화(昇華)·전화(轉化)된 지역에 있어서는 기본적으로 그 바닥에 흐르고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②百丈淸規(백장청규)
중국 백장 회해(百丈懷海, 749~814) 선사가 지은 청규(淸規)로 청규란 총림에서 수행하는 스님들의 생활규칙이다. 총8권이며 정식명은 《칙수백장청규(勅修百丈淸規)》라고 한다. 원래 당(唐)나라의 백장 회해(百丈懷海)가 선종(禪宗) 사원의 규범을 성문화(成文化)한 것을 《고청규(古淸規)》라고 하였는데, 선종이 독립된 사원 ·제도 ·의식 등을 아직 갖지 않았을 때 법당(法堂) ·승당(僧堂) ·방장(方丈) 등의 제도를 설정하고, 중승(衆僧)에게 동서(東序) ·요원(寮元) ·당주(堂主) ·화주(化主) 등의 각 직책을 규정해 놓았다.
※백장회해(百丈懷海, 749년~814년)는 당나라의 선승이다. 백장산(百丈山)에서 살았기 때문에 백장이라고 부르며, 휘(諱)는 회해(懷海)이다. 푸젠 성(福建省) 푸저우(福州) 장락현(長樂縣)에서 출생했다. 서산혜조(西山慧照)를 따라 삭발하고 형산(衡山)의 법조율사(法朝律師) 밑에서 구족계(具足戒)를 깨우쳤다. 여강(廬江)의 부차사에 들어가 그곳의 경장(經藏) 안에서 대장경(大藏經)을 연구하였다. 그후 767년 무렵에는 남강(南康)에서 마조도일(馬祖道一)을 만나 사사하였다. 마조(馬祖) 밑에서 수도를 하여 대오(大悟)하였다. 후에 백장산에 들어가 많은 문하생 제자들을 지도 교화하였다. 그 중에는 황벽희운(黃檗希運)과 위산영우도 있었다. “하루 지음(作)이 없으면 하루 먹지 아니한다”고 하는 백장의 말은 그의 선풍(禪風)을 나타내어 주는 유명한 말이다. 그는 백장산에 율원(律院)으로부터 독립한 선원(禪院)을 창설하고 다시 율전(律典)의 규정에 구애받지 않는 선종 독자의 규율을 만들어냈다. 이것이 ‘백장청규(百丈淸規)’이다. 많은 수도승이 일정한 장소에 모여 자급자족하는 집단생활을 영위하게 되었는데 ‘백장청규’는 이러한 변화에 부응하는 것이었다.
③勞動禪(노동선)
무시선(無時禪)의 수행 형태를 크게 동시선(動時禪)과 정시선(靜時禪)으로 나누어 구분한다. 동시선을 일(事)이 있을(有) 때 하는 선이고, 정시선은 일(事)이 없을(無) 때 하는 선이다.
동시선(動時禪)의 모습에는 선다(禪茶), 선서(禪書), 채약선(採藥禪), 노동선(勞動禪) 등이 있으나, 통칭 일하면서 선을 한다는 의미로 사상선(事上禪)이라 부른다.
아울러 정시선(靜時禪)의 모습으로는 좌선(坐禪), 입선(入禪), 와선(臥禪), 행선(行禪)이 있다. 좌선은 앉아서 하는 선이고, 입선은 서서 하는 선이다. 그리고 와선은 누워서 하는 선이고, 행선은 걸어 다니면서 하는 선이다.
④涅槃誦(열반송)
  부처님께서 사라쌍수 아래서 열반하시기전 아난에게 마지막 남긴 유훈(留訓)인 ‘자귀의 법귀의 자등명 법등명(自歸依 法歸依 自燈明 法燈明’이다. “자기 자신을 등불을 삼고 자기를 의지하여라. 진리를 등불로 삼고 진리를 의지하여라.”라는 열반송(涅槃誦)으로 남기셨다.
⑤임제(臨濟)
  중국 당대의 선승(禪僧). 임제종(臨濟宗)의 조부(祖父)이며, 위(謂)는 의현(義玄)이다. 사호(師號)는 혜조(慧照) 선사이며, 황벽 희운(黃檗 希運) (?~850)의 법사(法嗣)이다. 그 화상에는 정상(頂相, 교토 대덕사 등) 외에 큰 소리로 꾸짖는 모습과 팔을 걷어붙이고 주먹을 쥔 모습처럼 엄한 종풍(宗風)을 그려낸 사족필(蛇足筆, 진주암) 등이 있다.
⑥대기대용(大機大用)
  우주의 작용과 조화, 곧 해와 달의 운행, 밤과 낮의 교체, 사시의 변천, (풍운우로상설)風雲雨露霜雪의 조화 등을 말한다.
⑦본분종사(本分宗師)
  본분종사란, 참선의 근본을 전해 주는 큰 스님을 본분종사라고 한다.
⑧환귀본처(還歸本處)
  본래의 자리로 돌아갔다는 뜻이다. 스님들이 입적하면 환귀본처했다고 한다.
⑨당체(當體)
  본체를 가리키는 말이다. 無(무)는 當體(당체)인 空(공)을 說明(설명)하는 말이고, 空(공)은 본래무소유인 當體(당체)를 바로 말하는 것이다. 즉 一切(일체) 아무것도 없는 狀態(상태)가 無(무)요, 一切(일체) 아무 것도 없는 그 當體(당체)가 空(공)이다.
⑩선지식(善知識)
  불도(佛道)를 깨치고 덕이 높아 사람을 불도(佛道)에 들어가게 교화(敎化), 선도하는 승려(僧侶)를 뜻한다.
⑪무애(無碍)
  막힘과 장애가 없이 자유자재(自由自在)한 것을 말한다.
⑫영산회상(靈山會相)
  석가여래가 설법하던 영산회(靈山會)의 불보살(佛菩薩)을 노래한 악곡을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