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목공학과 교수가 왜 4대강 반대하냐고?"…'나쁜 토목'에 치중하기 때문

▲ 관동대학교 박창근 교수(토목공학과)  © 미디어오늘/노령신문

  박창근 관동대 토목공학 교수(사진)는 4대강 지류사업을 ‘포스트(post) 4대강 사업’이라고 지칭하면서 정부가 4대강공사의 허구성을 덮기 위해 기획한 것이라고 말했다. 애초 터무니없는 사업을 시작한 것이 문제의 근원이고, 사업목표가 현실과 어긋나기 시작하자 과오를 손보려고 계속해서 새로운 사업을 하나씩 꺼내들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류·지천의 환경을 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기실 시민·환경단체에서 이전부터 제기해 온 주장이다. 박 교수는 그러나 “당초 4대강 사업을 하는 대신 지류사업을 벌였다면 차라리 나았을 것”이라며 지금 정부가 검토 중인 지류사업은 4대강공사의 연장선에서 우려되는 지점이 많다고 말했다.

  한반도 대운하에서 4대강 정비, 뒤이어 지류·지천사업까지, 넓게 보면 ‘나쁜 토목’을 지향하는 시각 자체가 문제라면서 박 교수는 이제라도 ‘좋은 토목’을 지향하는 식으로 사고를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근 정부와 환경·시민사회 사이에 갈등의 새 불씨로 부상하고 있는 4대강 지류사업에 대한 견해를 지난 14일 오후 박 교수에게 물었다. 박 교수는 토목공학을 전공했지만 환경운동연합에서 4대강 특위 공동위원장을 맡고 있는 등 줄기차게 4대강 사업을 반대해왔다.

◈문(김원정 기자)지류 정비사업을 ‘제2의 4대강 공사’라고 지적한 이유는.
  ▶답(박창근 교수) “4대강 사업을 추진하면서 정부가 내세운 목표가 홍수 방어, 가뭄 해소, 수질 개선 같은 것이다. 이것을 바탕으로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킬 수 있다는 논리를 내세웠는데 세 가지 모두 사업을 반대하는 쪽에서는 말이 안 된다고 봤다. 예컨대 지류에서 들어가는 물을 깨끗이 해야 본류가 깨끗해지는데 정부는 본류에서 사업을 벌이면 지류에선 자연스럽게 문제가 해결된다는 논리를 들고 나왔다. 홍수나 가뭄도 지천에서 잡아줘야 본류에서 문제가 안 생기는데 정부는 거꾸로 이야기한다. 정부가 내세운 논리의 허구성은 지난해 여주 지천에서 홍수 피해가 크게 나며 드러난 것 아닌가. 정부가 내세운 녹색정책 자체가 뒤틀리고 있는 것이다. 정부 입장에서는 4대강 사업 자체가 불분명해지니까 답답했을 것이다. 그런 차원에서 포스트 4대강 사업을 계획한 것이라고 본다. 4대강사업은 처음부터 타당성 없었고 지류사업 역시 마찬가지 문제를 예비하고 있다.”

◈문) ‘지류를 살리자’, ‘하천 정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는 시민사회에서 이전부터 제기해온 주장 아닌가.
  ▶답) “하천 본류만 놓고 보자. 지난 30년 동안 태풍이 불어닥쳐 국토가 쑥대밭이 됐어도 제방이 터지는 문제가 생긴 적은 없다. 그동안 정부 차원에서 투자해 큰 강의 본류를 튼튼히 해놓은 게 꽤 된다. 그런데 4대강 사업은 이미 튼튼하게 다져놓은 곳을 더 튼튼하게 하자는 것이다. 그렇게 할 수도 있겠지만 효율성이 크게 떨어질 수 있다. 세금을 한군데 집중하면 다른 데 쓰지 못하는 것 아닌가. 대규모 토목사업에 치중하다 보니 실제 다른 분야가 위축되고 있는데 그런 문제가 또 발생할 수 있다. 무엇보다 하천을 살릴 때 가장 좋은 것은 자연 스스로 치유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지금 사업은 자연적으로 치유해오던 하천에 인공적으로 손을 대겠다는 것이다. 4대강사업을 하는 대신 차라리 지류사업을 먼저 했으면 모를까 지금은 아니라고 본다.”

◈문) 정부가 이 사업을 벌이려는 궁극적 목적은 무엇이라고 보나.
  ▶답) “한반도 대운하 공사란 첫 단추를 잘못 채워 다른 사업으로 계속 덮어나가는 식이다. 말도 안 되는 사업을 갖고 억지로 목표를 설정하고 맞추려다 보니 일이 계속 꼬이는 것이다. 일이 잘못되면 정부가 원점에서 검토했어야 하는데 계속 밀고 나간다. 스스로를 부정할 수 없으니까 이번엔 지류사업을 꺼내든 것 같은데 한편으로 불쌍하다.”

◈문) 조선일보에서 이번 지류사업에 대해 비판적 시각을 먼저 제기하고 나섰다. 동아일보도 얼마 전 4대강 사업에 동원된 지역건설사가 헛물만 켰다는 기사를 1면에 썼는데 4대강 사업을 놓고 봤을 때 기존보도와 달라진 보수신문 태도를 어떻게 보고 있나?
  ▶답) “환경기자들 사이에선 4대강 사업에 정론을 펴지 못하는 기자에게 ‘환경’이라는 이름을 붙이지 말라는 이야기를 한다고 한다. 대규모로 국토를 뒤트는 사업인데, 기자라면 최소한 있는 그대로라도 써줘야 한다. 논조가 바뀌었다면 늦었지만 환영하는 바다. 문제는 여태까진 뭐 했느냐 하는 건데 그런 점이 아쉽다. 진작에 언론의 사명을 보였어야 한다.”

◈문) 4대강사업의 경우 공사가 많이 진척된 상황이라 돌이키기 어렵다는 반론도 만만찮다. 어떻게 생각하나.
  ▶답) “처음부터 끝까지 나는 이 사업을 멈추는 게 이득이라고 줄곧 얘기해왔다. 4대강 사업이 기왕 진행됐기 때문에 그 다음 차원에서 좋은 방향을 찾자는 의견에는 일견 동의할 수 있다. 그러나 4대강 사업 자체가 어쩔 수 없이 됐다는 주장은 인정할 수 없다. 4대강특위든, 운하반대교수모임이든 우리는 4대강 사업의 타당성에 동의한 적 없다. 한반도 운하사업이라는 점을 인정했을 뿐이다.”

◈문) 토목공학을 전공한 학자로서 이례적으로 정부 차원의 대규모 건설사업을 우려하는 입장에 서 있는데 이유를 밝힌다면.
  ▶답) “개인적으로 2002년 한반도를 강타했던 태풍 루사로 우리 하천이 망가지는 것을 보고 깨달은 게 있다. 당시 강원도 등지에서 두 달 동안 현장을 보며 내린 결론은 우리나라 치수사업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2003년부터 문제 제기해 왔다.

  과거엔 하천에 제방을 쌓아 땅 한 평이라도 농지를 개발하고, 쌀 한 톨이라도 더 생산하는 게 이득이라는 사회적·암묵적 합의 같은 게 있었다. 그래서 하천에 공간이 부족해도 계속해서 제방만 높이 쌓아갔다. 이제는 하천에 공간을 돌려줘야 할 때가 왔다고 본다. 인간의 욕심으로 그동안 하천을 이용만 했다면 이제는 하천에 공간을 돌려줘 궁극적으로 홍수도 막고 아름다운 경관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을 현장에서 느꼈다.

  사실 토목은 우리 사회에 필요하다고 본다. 큰 건물이나 교량을 짓는 데 토목의 역할이 나름 있었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경제개발 기조였으니 사회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어떤 게 됐든 거대사업을 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도 했다. 하지만 사업에도 단계가 존재한다. 어느 정도 완성단계에 돌입했으면 그 다음을 생각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예전 시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뭔가 새로 지으면 막연히 경제가 잘 돌아갈 것이란 믿음이 있다. 이젠 토목을 하더라도 ‘좋은 토목’을 하자는 것이다. 지금은 ‘나쁜 토목’에 치중하고 있다.

◈문) ‘좋은 토목’은 뭐고 ‘나쁜 토목’은 뭔가.
  ▶답) “토목이나 건설 인프라는 이미 구축돼 있다. 여기에 대규모로 사업을 자꾸 벌이는 것은 ‘나쁜 토목’이다. 이제는 필요한 부분만 늘리는 ‘작은 토목’, ‘좋은 토목’을 지향해야 한다. 농촌에 가면 적게는 20가구 많게는 100가구가 모여 산다. 한 300명이 모여 산다고 치자. 지금 정부가 하려는 것은 이 작은 마을을 한 단위로 묶어서 큰 댐을 건설해 물을 공급하겠다는 식이다. 그 자체로 무리한 계획인 데다 사업의 타당성을 뒷받침하기 위해 보고서 내용을 왜곡하고 갖가지 자료나 근거를 고무줄처럼 잡았다 늘리기도 한다. 그렇게 ‘나쁜 토목’만 지향하다 전체가 공멸할 수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우리나라 예산의 20%가 토목에 할당되는데 OECD 나라들 평균이 얼마인줄 아나? 국가예산의 10% 정도를 토목 분야에 투자한다. 우리나라도 이 수치를 줄여야 한다. 문제는 한꺼번에 줄이느냐 아니면 서서히 줄이느냐 하는 것인데, 규모를 줄이면 어차피 기존 인력은 남아돌게 되고 기왕이면 ‘작은 토목’, ‘좋은 토목’을 통해 연착륙 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 게 필요하다. ‘작은 토목’은 일자리를 보다 많이 만들어낼 수 있다. 지금 정치인들이 내놓는 토목사업계획은 너무 거대하고 황당한 게 많다. 그건 토목이 경착륙 하는 방식이다.

  예컨대 1000억 원짜리 사업을 하나 하면 관리하기 쉽다. 그러나 대개 기계를 동원해 일을 해버리니까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자리는 적을 수밖에 없다. 반면 100억 원짜리 사업 10개를 하면 같은 돈으로도 보다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좋은 토목과 나쁜 토목의 차이는 그것이다.”

◈문) 나쁜 토목이 이 정부만의 문제인가?
  ▶답) “그건 아니다. 나쁜 토목은 이전부터 계속 가속화되고 있다.”

미디어오늘 김원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