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정월 대보름날 즈음이면 전국의 모든 사찰에서 방생법회를 연다. 방생은 <범망경>에 나와 있듯이 생명을 죽이지 말고 죽어가는 생명은 구호해 줌으로써 고통을 풀어준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생명존중에 대한 불교의 자비정신이며 자비 실천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방생은 진정한 의미를 벗어난 형식적인 행사처럼 돼버렸다. 상업적으로 사육한 새나 물고기 등을 사다가 풀어주는 것이다. 한때는 그러한 현실이 부정적인 시각으로 사회에 비쳐지기도 했으며 실제로 환경피해를 유발해서 문제가 되기도 했다.

 외국의 물고기 베스와 황소개구리를 대량 방생해 토종물고기, 토종개구리, 심지어는 뱀까지 잡아먹어 생태계를 위협한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요즘에는 방편이 현실화되고 다양해져 인재불사, 나무심기, 불우시설 돕기 등으로 전환한 곳도 있지만 여전히 생명을 사다가 놓아주는 방생이 주를 이루고 있다.
방생은 불교의 자비심을 적극적으로 실천하는 방법이다. 생명을 죽이지 말라는 계율정신에서 능동적으로 자비심을 실행하는 계행의 방편이기도 하다. 생명을 살려주고 보호해주며 공생하고 공존하는 세계관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불교에서는 모든 생명이 한 뿌리에서 나왔기 때문에 전생을 거슬러 가면 나 자신과 모두 한 몸이라고 보는 것이다. 그래서 다른 생명에 대한 살생은 나 자신을 죽이는 것과도 같으므로 살생을 가장 무거운 죄로 봤다.

 역으로 해석하자면 다른 생명을 살려주는 일은 나를 살려주는 일이기도 하다. 세상은 연기법으로 얽혀있는 인드라망 구조이기 때문에 자신은 물론 일체의 생명을 존중하는 방생은 그래서 더욱 중요한 것이다.

 방생의 의미를 좀 더 넓게 사유해 볼 수도 있다. 단순히 생명에만 국한시킬 것이 아니라 정신, 교육, 사회적 측면으로 광범위하게 생각해 본다면 방생의 방법을 훨씬 다양하게 펼칠 수 있다.
병든 사람을 치료하고 보살펴주는 일, 가난한 사람들에게 물질을 나눠 주는 일,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공부할 수 있는 길을 열어 주는 일, 환경보호 캠페인 활동이나 사회봉사활동 등이 그에 해당될 것이다.

 ‘무재칠시無財七施’를 실천하는 방법도 있다. 실의에 찬 사람들을 찾아 위로하고 희망을 심어주며 마음을 깨닫고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불법을 널리 포교하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특색 있는 아이디어도 창출할 수 있다. 지난겨울 가평 백련사에 갔는데 텅 빈 겨울 산에 푸른 잣나무 숲을 보면서 저것이 바로 미래를 내다보는 참된 방생이 아니었을까 싶었던 것이다. 잣은 오늘날 가평의 특산품으로 지역경제에 이바지하고 휴양림 등의 힐링 명소로 자리매김했다.

 사찰에서도 친환경의 방생을 전국적으로 실시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스쳤다. 전국의 명당 명소에는 사찰이 있다. 각 지역사찰의 기후와 특성에 맞게 유실수나 희귀종의 나무심기, 명상 숲 만들기 등을 한다면 재정수입은 물론 아름다운 사찰 가꾸기로 일석이조가 될 것이다.

 절을 찾는 이도 늘어날 것이며 각광받고 있는 템플스테이를 더욱 활성화해 현대인들이 갈망하는 힐링을 선사해 줄 수도 있을 것이다. 불교의 백년대계를 생각하는 자비실천이야말로 한 차원 높은 사찰로 거듭날 수 있는 멋진 방생이 아닐까 싶다. 오는 식목일에는 또 다른 방생의 날이 되길 바란다.(불교신문3092호/2015년3월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