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비서실장(?) 2년도 안 돼 시작된 레임덕!
 우리 언론에 공식적으로 ‘밤의 비서실장’이란 용어가 등장했다. ‘밤의 대통령’ 다음에 ‘밤의 비서실장’까지 회자되고 있다. 이는 겉으로 보이는 것들은 다 허상이고 실제는 장막 안에서 다른 이가 전횡하고 있음을 말한다.

 실제로 그렇다면 이는 박근혜 권력이 망하는 길로 가고 있다는 증거다. 근대 이전 절대 왕권이 지배하던 시절부터 지금까지 보이지 않는 권력이 득세하면서 성공한 정권은 없었기 때문이다.

 물론 모든 권력의 전횡은 좋은 것이 아니다. 그러나 보이지 않는 권력이 전횡했을 때가 더 불행했다. 보이는 권력자도 보이지 않는 권력자도 나라도 백성도 다 그랬다. 깊게 역사책을 들여다보지 않아도 알 수 있다.

 오늘 노컷뉴스는 정윤회 씨의 딸이 국가대표가 되면서부터 잡음이 일기 시작한 승마협회의 내분, 그리고 권력자의 압력에 의해 생산된 살생부, 이 살생부에 의해 퇴출될 위기에 처했던 두 사람의 통화 내역을 그대로 옮겼다.

 이 통화에서 한쪽은 “감사에서 특별히 나온 것은 없지만, 문화체육관광부에서 그 지랄 하니까, 청와대 지시사항이라고 그러고...”라고 말했다. 다른 한쪽은 “그 사람이 어제 시사저널에 떴어. 정윤회야 정윤회. 밤의 비서실장이라고...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 통화의 당사자들은 ‘살생부’ 명단에 있던 체육회 관계자와 강원도 승마협회 회장이었다.

 우리 언어에서 ‘밤’이 주는 어감은 그리 좋은 어감은 아니다. 어두운, 음침한, 검은 등과 같이 쓰이면서 ‘뭔가 좋지 않은 일을 꾸미는 시간’ 정도로 인식된다. 여기에 남녀 문제가 언급되면 이 ‘좋지 않은 일’은 ‘어른이면 누구나 아는 일’ 정도로 알아듣는다.

 따라서 위의 전화통화 내용에 있는 ‘밤의 비서실장’이란 말은 여자 대통령을 밤에 모시는 ‘남자 비서실장’ 정도로 읽는다고 해서 그 행간을 읽는 사람이 잘못된 것은 아니다. 사실이 어떻든 불행한 일이다.

 월계수회 박철언은 노태우 대통령의 처조카다. 소통령 김현철은 김영삼 대통령의 아들이다. 홍삼트리오로 불린 김홍일 김홍업 김홍걸은 김대중 대통령의 3남이다. 노건평은 노무현의 친형이고 이상득은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이다. 그리고 이들은 권력의 뒤에 있는 장막 안에서 불의한 힘으로 권력을 행사하다 대통령도 자기들도 망하는 길로 갔다.

 김영삼에겐 홍인길 장학로... 김대중에겐 권노갑 김옥두... 노무현에겐 최도술 정상문 양길승... 이명박에겐 박영준 최시중 천신일... 대통령 측근 비리라고 인터넷 검색창에 치면 뜨는 이름들이다. 이들도 불행하고 이들과 함께했던 대통령도 불행한 일이다.

 4대강 자원외교 방산비리를 언급할 때 빠지지 않은 인물이 이상득이며 박영준이다. 지금 우리는 이들의 권력 전황과 그 후유증으로 년간 수조원의 예산을 낭비하고 있음을 계속되는 언론보도를 통해 접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급기야 언론에서 ‘밤의 비서실장’이란 용어를 보고 말았다. 그리고 지금 모든 선적한 국사보다 이 ‘밤의 비서실장’과 연계된 것으로 알려진 국가 고위직 전반에 걸친 어두운 단면들을 속속들이 보고 있다.

 승마협회 감사권을 가진 체육회 소관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에 대한 국회 교문위 상임위원회에서 한 고위 공직자는 “여야 싸움으로 몰고 가야...”라는 쪽지까지 보내는 안하무인도 서슴치 않는다.?당사자는 우상일 문체부 체육국장이다. 그가 오늘 교문위 전체회의에서 김종 문체부 차관에게 “여야 싸움으로 몰고 가야”라고 쓰인 쪽지를 건넸다.

 오늘(4일) 교문위는 한겨레가 보도한 문체부 체육국장과 과장이 정윤회 씨의 승마협회 인사개입 의혹과 관련해 대통령의 쪽지에 의해 좌천된 의혹에 대하여 김종 차관에게 질의를 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런데 경질된 체육국장 후임으로 체육국장이 된 당사자가 국회의 파행을 조장하고 나선 것이다.

 국회가 파행 되면 여야가 공히 욕을 먹으면서 정부 쪽은 면피한다는 학습효과에서 나온 작태다. 이 때문에 야당은 즉각 반발했다. 이런 야당의 반발에 여당 측도 동조하면서 상임위는 정회되었다. 어떻든 이들이 원한대로 상임위는 파행되고 있다.

 이에 대해 설훈 교문위원장은 “이런 일이 세상에 있을 수 있나”며 “국민의 대표들이 있는 자리인데 싸움을 벌이라는 거냐, 정신나간 사람들”이라고 질타했다. 또 “어떻게 공직자가 국회의사당에서 여야 의원들을 싸움으로 몰고가라고 전할 수 있냐”며 “이것은 사과로 끝날 문제가 아니다”라며 전체회의를 정회했다.

 그러나 정회된 상임위가 속개되더라도 이 문제가 논란의 핵심에서 벗어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교문위 야당 간사인 김태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이런 쪽지는)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런 일은 헌정사상 처음"이라며 "이미 우 국장의 즉시 경질을 요구했고 김 차관도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이들이 왜 이렇게 막나가는 것일까? 그것은 오늘 <조선일보>가 보도한 내용으로 알 수 있다.

 조선일보는 유진룡 전 문체부 장관과 이메일로 주고받은 인터뷰에서 유 전 장관은 “김 차관과 이재만 비서관은 하나로 묶어서 생각하면 정확하다. 김 차관은 자기 배후에 김기춘 실장이 있다고 공공연하게 떠들고 다니지만 그렇지 않은 여러 정황 증거가 있다. (인사 청탁 등은) 항상 김 차관이 대행했다. 김 차관의 민원을 이재만 비서관이 V(대통령을 지칭하는 듯)를 움직여 지시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고 적었다.

 유진룡은 바로 직전 장관이다. 이들 인사의 직접 책임자다. 그가 지금 입을 열고 있다. 오늘 검찰에 출두한 조웅천 공직기강비서관도 청와대를 나온 지 1년도 안 되었다. 그런데 유진룡이나 조웅천은 청와대의 비선실세에 대해 자신들이 알고 있는 내용들을 그대로 발설하고 있다.

 이에 대한 판단은 간단하다. 박근혜 정권의 권력 핵심층 안에 극심한 간극이 있다는 말이다. 그 간극으로 인해 물러난 사람들이 남은 사람들을 저격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모두가 망하는 길로 가고 있음이다. 함께 죽는 길로 가고 있음이다. 이것으로만 봐도 이 정권은 이미 레임덕이다.

 앞으로 3년이 남은 정권의 이 심각한 레임덕은 그러나 대통령 스스로 자초했다. 비선 실세란 용어도 모자라 ‘밤의 비서실장’이란 용어까지 등장하게 한 것이 증거다. 이 치졸한 싸움의 끝이 어디로 갈지 우리는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역사는 권력자도 그 측근도 최후가 불행했다고 알려준다. 그들 눈에 이런 역사의 기록이 보이지 않은 것인지 그게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