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가 조합예탁금 비과세 혜택과 법인세 당기순이익 과세특례 폐지를 목표로 추진 중인 ‘2012년 세법개정안’에 대해 농민들의 반발이 크다.

 특정소득을 예외적으로 과세 대상에서 빼주거나 세금을 일시적으로 감면해 주는 정부의 비과세·감면 제도가 올해 대거 일몰(기한만료)을 맞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조합의 존립기반이 흔들리게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조합의 출자·예탁금에 대한 비과세 혜택이 37년 만에 폐지될 경우 농협, 수협, 산림조합, 신협, 새마을금고 등 관련 업계의 위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정부는 ‘2012년 세법개정안’으로 일자리 창출과 서민·지역경제 활성화·사회 양극화 해소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는 눈치다. 그러나 심화되는 경기둔화, 12월 대선을 앞둔 미묘한 정치적 분위기 속에서 이 제도가 성공적으로 시행될 수 있을까. 세법개정안이 시행된 이후, 조합간의 조화를 어떻게 달성해 낼 것인가에 대한 방안도 제시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 더욱 안타깝다.

 기재부의 개정안에 따르면 3000만원 이하의 조합 예탁금 이자소득 비과세 조치를 올해를 끝으로 폐지한다. 결국 내년에는 이자소득의 5%, 2014년에는 9%가 과세되는 셈이다.

 비과세 예탁금은 지난 1976년 농어민과 영세서민의 자산 형성을 돕기 위해 도입된 금융상품으로 ‘농협·수협·산림조합·신협·새마을금고’ 등 5개 상호금융기관이 취급하고 있다. 2011년 말 기준 지역농협의 비과세 예탁금은 63조원으로 전체 예수금의 30%에 달하고 있으며, 1000만원 이하 조합 출자금 배당소득과 이용고 배당에 대한 비과세 혜택도 올해 말 종료된다. 특히 조합의 법인세 부담도 늘어나게 되어 지금까지는 당기순이익에 9%의 단일세율이 부과됐다. 하지만 내년부터 과표 2억원 이하는 9%, 2억원 초과는 15%의 누진세율이 적용될 전망이다.

 그동안 비과세혜택에 대한 폐지 논의는 끊임없이 지속돼 왔지만, 농협, 수협, 산림조합, 신협, 새마을금고 등 조합의 반발도 만만치 않았다.

 협동조합 관계자는 “저축은행 절반 수준의 대출금리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도 비과세 혜택 덕분 이었다”며 “경쟁 인프라가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생존기반인 비과세 혜택을 폐지하면 존립 자체가 위협 받는다”는 입장이다.

 또 다른 관계자도 “지역주민들의 이익도모 등을 목적으로 하는 조합은 영리를 추구하는 금융기관들과 태생 자체가 다르다”며 “비과세 혜택이 없어지면 돈을 맡길 유인성이 사라져, 서민들만 피해를 입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제 ‘비과세 혜택’ 제도 폐지 여부를 결정지을 화살은 국회로 넘어갔다. FTA를 통한 농산물 시장개방 확대와 저물가 정책으로 농가의 살림살이가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농업인과 저소득층이 주로 이용하는 비과세 예탁금에 세금을 매기겠다는 방침은 농업현실을 외면한 처사나 다름없다.

 농가경제의 어려움이 가중되는 가운데 세제혜택까지 축소·폐지한다면 농업인을 비롯한 서민경제의 어려움이 가중되는 것은 당연한 귀결 아닌가.

 한 가지 희망을 걸어볼 사항은, 대선을 앞두고 유권자들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정치권이 과연 비과세·감면 혜택을 없앨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이에 발맞춰 협동조합은 정부 방침만 탓하지 말고, 자성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즉, 협동조합 역시 신뢰받는 조직으로 거듭나기 위해선 ‘상생·협력사업’으로 사회갈등을 해소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협동조합으로서 위상을 확실히 하는 한편 ‘믿고 사먹는’ 농·축수산물의 유통망을 구축하는 데 힘 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