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의 몸통임을 자처하고 나선 이영호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에 대해 지난 1일 검찰은 법원에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채동욱 대검찰청 차장검사는 이날 긴급브리핑을 열고 “검찰은 사즉생(死卽生)의 각오로 성역 없는 수사를 조속히 진행하여 그동안 제기된 모든 의혹을 철저히 규명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우리는 지난 3월 21일 이영호 전 비서관의 자청 기자회견을 보면서 이 나라의 장래를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대다수 국민들은 “어찌 그 정도밖에 안 되는 인물이 청와대 비서관 노릇을 할 수 있었느냐?”고 통탄했다. 그는 또 스스로를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을 은폐하기 위해 증거인멸을 지시한 몸통’이라고 했다. 그렇게 황당한 주장과 궤변으로 국민을 능멸하던 그를 검찰은 열흘이나 날짜를 넘겨 지난달 31일에야 자진출두 형식에 의한 조사를 겨우 벌일 수 있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야당은 물론 여당인 새누리당까지 나서서 사건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이었던 권재진 법무부장관의 즉각적인 해임을 주장하고 나섰다. 백번 지당한 말이다. 사건 당시 불법사찰과 관련하여 강하게 의혹을 받고 있는 자가 검찰청의 상급기관인 법무부의 수장으로 있다는 것은 어불성설이기 때문이다. 이 정도로 온 나라를 들끓게 하는, 다른 경우의 사건이었다면 검찰은 진즉 ‘그 황당한 몸통’을 구속하고 철저한 조사를 했을 것이다.

 이제 국민은 결코 검찰 조사의 진정성을 믿으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기에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새누리당은 불법사찰에 대한 특검을 제안하고 청와대가 이를 수락했는지도 모를 일이다. 민주통합당을 비롯한 야당은 “특검은 시간 끌기에 불과하다.”며, 즉시 특별수사본부를 설치해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총선이 이달 11일이란 점을 감안할 때, 하루라도 빨리 국민 앞에 모든 진상을 낱낱이 밝히기 위해서는 당장 특별수사본부를 꾸려 진실을 규명해야한다는 야당의 말이 훨씬 설득력을 가진다.

 또한 우리는 민간인 불법사찰과 관련해 1일 임종룡 국무총리실장이 “이번에 공개된 문건의 80%이상은 참여정부에서 이뤄진 문건”이라고 발표한 데 이어, 최금락 청와대 홍보수석도 이러한 주장을 거들고 나선 것에 대해 깊은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이는 마치 참여정부시절에 이미 80%에 해당하는 부분에 대한 민간인 불법사찰이 있었다는 말로 들리기 때문이다. 과연 그렇다면 현 정부는 당장 그 관련 자료들을 명명백백히 공개해야할 것이다.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은 참여정부 시절의 ‘조사심의관실’에 해당한다. 노무현 정부 당시 청와대 조직과는 별도로 총리실에 조사심의관실을 설치한 이유는 무엇보다도 공직자에 대한 감찰업무를 수행할 수 있게 하여, 공직기강을 바로 세우고 청렴한 공직자 사회를 조성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이후 ‘작은 정부’를 표방했던 이명박 정부 초기에서는 위 기구를 폐지했으나, 광우병 파동사건과 촛불시위가 전국적으로 확대하자 공직윤리지원관실로 확대·개편해 시행해오고 있는 기구이다.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과 관련해서 청와대가 ‘물타기’ 내지는 ‘줄타기’를 하며 현 정국을 호도하고 있는지는 국민이 판단할 몫이다. 2010년 검찰수사가 사건의 축소은폐를 방조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는 상황에서, 정치권은 특단의 기구를 설치해서라도 신속하고도 정확한 수사를 통해 가짜 몸통이 아닌, 진짜 머리를 찾아 국민 앞에 석고대죄를 시켜야 한다.

◈朴日訓 교수 약력
▲시인 ▲법학박사(일본 明治大學) ▲현) 무안문인협회 고문 ▲현) 호남모던포엠작가회 회장 ▲현) 무안문화원 감사 ▲현) 노령신문 수석논설위원 ▲초당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