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생양 만드는 대국민 기만책… 제왕적 대통령 리더십의 망령 탓

 새누리당이 정두언 의원 체포동의안 부결이후 변칙 플레이를 벌이고 있다. 새누리당은 자당 의원들이 표결로 결정한 파렴치한 사태에 대해 정두언 의원이 주로 책임을 지라는 식의 결론을 제시하면서 ‘없었던 일’로 하려 한다. 이는 국민을 향해 벌이는 ‘쌩쑈’이면서 백주의 국민 기만극이다.

 새누리당은 박근혜 대권 경선 후보가 대선만을 위한 방향으로 제시한 사전 지침에 따르는 모습을 연출하면서 당 일각에서 반발이 일고 있다. 대선을 앞두고 박근혜 후보와 이해관계를 달리하는 세력들이 앞장서 사당화 주장을 펴고 있으나 이는 국회 개혁을 공약했고 그것을 스스로 짓밟아버린 사태의 본질과는 거리가 먼 것으로 비춰진다.

 새누리당은 13일 의원총회를 열고 정두언 의원 체포동의안 부결과 관련, 황우여 대표가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고, 체포동의안 파문의 당사자인 정 의원에 대해선 7월 임시국회가 끝나기 전에 불체포특권 포기에 맞는 가시적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했다. 이는 당의 최대 권력자인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이날 의총 참석에 앞서 밝힌 수습책과도 일치한다.

 일부 새누리당 의원들은 의총에서 당내 쇄신파의 탈당을 요구하면서 만약 정 의원의 가시적 조치가 없을 경우 출당 조치가 이뤄질 수도 있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체포동의안 파문은 국회의원 불체포 특권을 버려야 한다는 당위론이 의원 표결에서 거부되면서 국회의원의 기득권에 대한 집착이 아직도 큰 문제라는 것이 확인된 것이 본질이다. 이런 점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국민의 눈높이에 거슬리는 국회의원 특권은 당연히 폐기되어야 마땅하다. 그러나 이런 당위성이 강조되는 상황에서 나타난 새누리당의 사태 해결 방안 제시는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에서 벗어나 있다.

 국회의사당 안에서 일부 의원들이 체포동의안에 반대표를 던져 정 의원의 구속을 막은 뒤 논란이 심해지니까 그를 출당시키겠다며 윽박지르는 것은 개개인이 헌법기관인 국회의원들의 표결 행위를 경시하는 측면이 있다. 특히 다수 의원의 행동에 대한 결과를 특정인 혼자 감당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전형적인 희생양 만들기 모양새로 비춰진다.

 새누리당은 모든 것을 대선에 맞춰 걸림돌이 될 만한 것은 절차적 정당성도 생략한 채 쓸어내겠다는 발상에 지배되고 있다. 이는 ‘제왕적 대통령’이라는 비민주적 리더십의 망령이 새누리당을 장악하고 있다는 것을 드러낸 것이다. 한나라당의 이런 태도는 총선 전에 당 간판을 새누리당으로 갈아 끼운 뒤 이명박 정권과의 공범 관계가 청산된 것인 양 행세한 파렴치한 정치 행각과 유사하다.

 이번 사태는 새누리당 차원의 수습책이 박 전 위원장의 의중대로 이뤄지면서 ‘박근혜 1인 사당화’ 논란을 촉발하고 당내 갈등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대선후보 경선 룰을 둘러싼 여진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또다시 1인 독주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고 있는 것이다.

 새누리당내 비주류나 비박 대선주자들이 이번 사태에 대해 국민이 요구하는 개혁 차원과는 방향이 다른 셈법으로 날을 세우면서 한나라당내의 모순이 좀 더 분명히 부각되고 있다. 새누리당은 박정희 독재 시절을 청산치 못한 박근혜 대선 후보가 주도권을 장악하고 있는 한 21세기 민주주의를 선도할 내적 능력이나 자질을 갖추기는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진정한 과거 청산을 외면하는데 익숙한 체질을 지닌 새누리당은 이번에도 ‘정두언’ 이라는 꼬리를 자르고 도망치려 하고 있다. 이런 속임수를 국민들은 대선에서 반드시 심판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