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후보, 민주통합당 경남 경선 합동연설회 연설문
 
 존경하는 경남 민주도민 여러분, 사랑하는 대의원 당원동지 여러분!
 
 오늘 우리는 민주화의 고장, 경남에 왔습니다. 경남은 우리 민주세력의 또 하나의 고향입니다. 3.15 부정선거에 맞선 마산의거는 4.19민주혁명을 촉발시켰고, 박정희 유신독재와 맞서 싸웠던 부마항쟁은 10.26을 거쳐 87년 민주화의 씨앗이 되었습니다.

 1979년 10월 26일, 박정희 유신독재가 종말을 고하던 날, 바로 그 시각에 저는 계엄령이 선포된 부산에서 체포되어, 김해 보안대에 끌려갔습니다. 칠흑 같은 밀실에서 사흘 밤낮 무자비한 고문으로 온 몸이 만신창이가 된 채 죽음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10.26, 그 사건이 없었다면 저 손학규가 죽었을 것입니다. 부마항쟁의 기백이 없었다면, 오늘의 저 손학규도 없었을 것입니다.

 경남 민주도민 여러분께서 바로 박정희 군사독재정권을 끝장내고, 오늘의 저 손학규를 만들어주신 것입니다. 저 손학규, 경남 민주 도민들의 민주 정신과 그 기백을 이어 받아 정권교체 이룩하여 우리 국민들, 경남 도민들에 ‘저녁이 있는 삶’을 선사해 드리겠습니다.

 존경하는 국민여러분.

 이명박 새누리당 정권 5년, 대한민국은 그야말로 총체적 도탄에 빠졌습니다. 중산층은 무너지고, 서민의 삶은 벼랑 끝으로 내몰렸습니다. 정의는 땅에 떨어지고, 부정과 부패, 특권과 반칙이 난무하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일자리, 주거, 교육, 복지, 노후, 사회적 불안과 불만이 팽배해졌습니다. 국민 50%가 저소득층이라고 생각하고 있고, 96%의 20대 청년들은 신분 상승, 계층 상승이 어려울 것이라고 절망하고 있습니다.

 국민들 사이에 퍼진 이 좌절과 절망이 사회적 범죄를 급격하게 증가시키고 있습니다. 여성, 어린이가 마음 놓고 길거리를 다니기는커녕, 집 안에 있기도 조차 무서운, ‘묻지마 범죄’가 기승을 부리는 불안 사회가 된 것입니다.

 바꿔야 합니다. 세상을 바꿔서 서민과 중산층이 어깨를 펴고 사는 세상을 만들어야 합니다. 사람이 사람답게 살고, 안전하고 편안하게 사는 세상이 되어야 합니다. 남북이 하나 되고, 대한민국이 동아시아 시대의 주역이 되어야 합니다.

 국민 여러분, 대선이 이제 100여일 남았습니다. 그런데 우리의 형편은 어떻습니까? 우리 민주당은 지금 어디에 있습니까? 작년 말 야권대통합으로 만들어진 하늘을 찌를 듯한 그 기세는 어디가고, 정권교체의 보라빛 희망과 기대는 어디가고, 출마선언도 하지 않은 당외 인사가 신문 지면과 TV 화면을 덮고, 페이퍼 정당이니, 가설정당이니 하는 해괴한 유언비어가 난무하고 있습니까? 어쩌다 이렇게 되었습니까?

 국민 여러분, 저는 이 문제에 관해서 당내 특정세력의 꼼수와 패권주의의 문제를 지적하고 이들의 책임 있는 자세를 준엄하게 요구했습니다.

 당내 경선의 한 복판에서 당 내부 문제를 비판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저 손학규의 스타일도 아닙니다. 그러나 이것은 제 마음에 피눈물을 흘리며 피를 토하듯 쏟아낸 말입니다.

 비판이 많은 것도 잘 압니다. 아니 비난이 봇물 칠 것을 뻔히 알고 한 말들입니다. 경선이 어려워서가 아닙니다. 지난 대선패배 이후, 민주당의 구성원들이 주저앉았을 때, 당이 어렵다고, 민주당의 길이 보이지 않는다고, 독배를 든 저를 뒤로 하고 민주당을 떠났던 그들에게 문을 활짝 연 것이 바로 저 손학규였습니다. 야권대통합에 비판도 많았습니다. 그들에게 당의 문을 열어주는 것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아느냐고 경고하고 염려하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이 때문에 저에게 등을 돌린 선배동지들도 많았습니다.

 저라고 왜 마음이 아프지 않았겠습니까. 그러나 저는 야권대통합만이 정권교체의 희망의 불씨를 살리는 것이라, 이명박 정부의 폭정에 시달리는 국민들을 구하는 길이라 믿었기 때문에 그 길을 걸었습니다. 온갖 위협과 모멸을 무릅쓰고 야권대통합의 길을 갔습니다. “7을 내주고 3을 갖더라도 통합하라”는 김대중 대통령의 유지만 생각했습니다. 야권대통합으로 손학규가 대통령 후보가 되는 길이 멀어지더라도 그 길을 택했습니다. 그것만이 정권교체의 가능성을 여는 길이기 때문이었습니다.

 경선 초반, 저는 ‘저녁이 있는 삶’ 함께 찾아 나서자고 외쳤습니다. 수  많은 정책발표회를 했습니다. 그리고 친노 당권파들을 향해 외쳤습니다. “정권교체가 복수심과 권력욕의 결과가 되서는 안 된다”고, “서민의 삶을 향한 무한한 사랑과 연민이 그 출발점이어야 한다”고 호소했습니다.

 그런데, 그러는 동안 친노 당권파들은 무엇을 했습니까. 정책과 비전이라고는 고민도 없이, 꼼수 개발에 열을 올렸습니다. 그리고 투표율 45% 짜리, 기권의 의사표시가 용납되지 않고, 조직된 모발심이 당심과 민심을 왜곡하는 경선을 만들어냈습니다. 경선 연설도 하기 전에 대부분의 투표가 끝나는 기상천외의 경선방식을 개발했습니다, 이들이.

 그냥, 눈을 감고 갈까도 생각했습니다. 오히려 그 길이 경선의 결과에는 유리했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지적하고 비판해야 했습니다. 자신들의 반칙과 특권을 성찰할 수 없다면, 어떻게 이명박 정부의 반칙과 특권을 심판하겠습니까. 자신들의 민생실패의 과거를 반성할 수 없다면, 어떻게 이명박 정부의 실정을 비판할 수 있겠습니까.

 무엇보다 민주당이 천하에 웃음꺼리가 되고 있는 모습을 어떻게 남의 일 보듯 쳐다보고만 있을 수 있겠습니까? 민주당이 공중분해 되고 있는 마당에 어찌 제 개인의 인기관리에만 급급하고, 비굴하게 얻을 한 표에 제 영혼을 팔아넘길 수 있겠습니까?

 이제 바꿔야 합니다. 확 바꿔야 합니다. 당부터 바꾸어야 합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이제 제가 ‘반성과 성찰’을 모르는 그들을 향해 할 수 있는 고언은 여기까지입니다. 지금부터는 국민 여러분께서 해주셔야 합니다.

 이제 그들에게 진정한 성찰과 반성의 시간을 주셔야 합니다. 민생실패로 정권을 잃는 책임을 깊이 있게 성찰할 시간을 주셔야 합니다. 칼자루를 맡길 때가 아닙니다. 역사와 국가와 국민에 대해 더 깊이 성찰하고 준비를 하도록 시간을 주셔야 합니다. 지금은 아니라는 말씀을 간곡히, 그러나 단호하게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저 손학규 오랫동안 준비해왔습니다. 민주화를 요구하던 시대에는 박정희 군사독재에 맞서, 어머니의 임종도 지키지 못한 채 민주화 운동에 몸을 바쳤습니다. 민생을 요구하던 시대에는 경기도지사로 74만개 일자리를 만들었습니다. 복지를 요구하던 시대에는 민주당 대표로 보편적 복지, 경제민주화를 당의 미래비전으로 만들었습니다.

 이제 글로벌 경제위기라는 시커먼 먹구름이 대한민국으로 몰려오는 이 때 경제 위기를 극복하고, 급변하는 세계 정세에 대처할 유능한 대통령, 남북 화해 협력과 평화체제에 대한 확고한 철학을 갖고 주변 강국 지도자들과 직접 대화할 준비된 대통령, 저 손학규 감히 여러분에게 유능한 대통령, 준비된 대통령으로 만들어 달라고 간곡히 호소 드립니다.

 저 손학규와 함께 정권교체의 길로 나갑시다. 경남에서부터 나갑시다. 승리의 길로 나갑시다.?

2012년 9월 4일

손 학 규 후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