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님과의 첫 인연은 20대 중반에 시작되었습니다. 1989년 5월 학생운동의 연장선에서 평화민주통일연구회(평민연)에 참여하게 되었고, 이것이 곧 정치권에 첫 발을 내디딘 계기가 되었습니다. 당시 평민연의 주축이었던 이해찬 전 총리는 30대의 젊은 국회의원이었습니다.

 그해 9월, 20년 만에 국정감사가 부활되고, 국정감사 상황실 요원으로 파견을 나가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국회 원내 행정실로 쓰고 있는 공간입니다. 이 공간은 당시만 해도 의원들과 기자들이 바둑을 두며 정치를 논하던 공간이었습니다. 그 곳에 상황실이 설치되었고 매일매일 의원들의 국정감사 질의 요지가 체크되어 김대중 총재에게 요약되어 보고되고 있었습니다.

 제가 맡은 임무는 3개 정도의 상임위 국정감사에서 전달된 해당 상임위 국회의원들의 질의 요지를 정리하는 일이었습니다. 현장에 파견된 당직자들에 의해 전화나 팩스로 질의요지가 상황실로 전해지면 질문과 답변을 취합하고 요약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면 원내에 계신 중요 당직자들이 다시 핵심을 추려서 ‘김대중 총재’에게 보고하는 시스템이었습니다.

 요즘처럼 인터넷 생중계나 방송으로 실시간 중계가 되지 않았지만 김대중 총재는 적어도 매일매일 국정감사가 어떻게 진행되는지를 전부 파악하고 계셨던 것입니다.

 언젠가 나가시다가 상황실에 있는 저에게 ‘오늘 가장 중요한 질의는 무엇인가?’라고 물으셨고, 마침 제가 담당했던 위원회에서 어느 국회의원의 발언이 경향신문 1면 톱기사로 보도되었던 것을 말씀드렸습니다. 당시 김대중 총재는 “국정감사라는 것은 정부의 잘못을 비판하는 것이니 호되게 비판하고 국민들에게 적극적으로 알려야 한다”고 이야기 해 주셨습니다. 제가 처음으로 가장 가까이에서 만난 김대중 선생님의 모습이었습니다.

 당시 26세의 젊은 당직자에게 던진 총재의 말 한마디는 큰 설레임으로 다가왔습니다. 아직까지도 그 기억이 선명한 것을 보면, 그때 그 어른의 말이 정치에 대해 막연한 생각만을 가지고 있던 제게 ‘정치인이 가져야 할 큰 기준’이란 무엇인지 깊이 생각하게 되는 첫 계기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특히 정부를 견제하고 감시해야 하는 기본적인 사명을 충실히 해야 한다는 큰 가르침을 받은 것입니다.

 2009년 5월 노무현 대통령님의 서거정국에서 뵌 그분의 모습이 마지막 모습이었습니다. 고관대작들이 가는 역사박물관 분향소가 아닌, 일반 시민들이 찾는 서울역 분향소를 찾아 노무현 대통령에게 헌화하고 묵념을 하셨습니다. 눈높이를 국민들에게 맞추신 그분의 참모습이었습니다. 당시 서울역 분향소 책임자가 저였기에 가장 가까이서 그분을 마지막으로 뵐 수 있었습니다.

 김대중 대통령께서는 애비를 잃고 슬퍼하던 우리들을 위로하셨습니다. 그리고 진심을 담은 조사로 노무현 대통령의 명예를 지켜주셨습니다. 그런 분이셨습니다.

 힘 없는 자, 억울한 자, 가진 것 없는 자, 약자에 대한 한없는 연민과 따듯한 열정을 가진 ‘거인’이셨습니다. 그때 그분의 ‘말’과 ‘눈물’이 저를 포함한 국민 모두에게 가장 큰 위로가 되고, 힘이 되었습니다. 우리가 지치지 않고 불의에 항거할 수 있도록 용기를 주셨습니다.

▣백원우 의원 약력


◈출생 ▲서울(1966)
◈학력 ▲동국대학교 사범대학 부속고등학교▲고려대학교 신문방송학 학사▲고려대학교 정책대학원
◈경력 ▲평화민주통일연구회 기획실 간사(1989)▲노무현 후보비서실 정무비서▲대통령비서실 민정수석실 행정관▲제17-18 국회의원(경기 시흥시 갑)▲한일의원연맹 21세기위원회 부위원장▲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간사▲현)민주통합당 공천심사위원회 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