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이 밝았다. 양력과 음력의 시간차가 있으므로 임진년(壬辰年) 용의 해는 20여일이 지나야 열린다.

  돌이켜보면 지난해는 국내외적으로 정말로 다사다난했다. 튀니지에서 일기 시작한 ‘재스민 향기’의 바람은 겨우 중국을 거치기는 했지만 끝내 북한에 다다르지는 못했다. 구랍 김정일이 급사하면서 북한은 예상과는 달리 빠르게 김정은 3대 세습체제를 강화하고 나섰다. 김정일 정권 하에서 아사당한 수백만 북한 주민의 뒤를 이어 또 얼마나 많은 북녘동포들이 굶어 죽어가야 하는지 도대체 장담하기 어렵다. 그리고 국내증시는 유럽재정위기 등 대외변수로 인해 시가총액 100조 원을 허공으로 날려 보내야 했다.

  그런 가운데서도 우리에게 희망과 용기를 불어 넣어준 석해균 선장이 있었다. 소말리아 해적에게 납치된 삼호주얼리호 선원을 구출하기 위한 ‘아덴만 여명작전’에서 그는 목숨을 걸고 군을 도와 작전을 성공시킴으로써 국민영웅이 되었다. 그리고 평창은 세 번의 도전 끝에 프랑스 안시, 독일 뮌헨을 제치고 2018년 동계올림픽을 유치하는데 성공했다. 그리고 지난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나타난 ‘안철수 바람’은 신년벽두에도 여전히 기성정치를 위협하며 여야 모두에게 강도 높은 쇄신을 요구하고 있다.

  새해 임진년은 ‘흑룡의 해’라고 불린다. 천간(天干) 임(壬)은 검은 색을 의미하고 진(辰)은 용을 뜻하는 지지(地支)기 때문이다. 흑룡은 좋게는 임금, 대권, 승천 등으로 비유되기도 하지만, 전쟁이나 불안을 암시하는 복합적 의미를 함축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래서 흑룡해에 태어난 아이는 장차 나라의 훌륭한 인재가 된다는 속설이 있는 반면, 1592년 임진왜란처럼 큰 전쟁이 일어나기도 했다.

  금년에는 세계적으로 주요 국가들의 권력이동의 향방을 가르는 대권 선거가 줄줄이 예고돼 있다. 대만 총통 선거가 1월에 예정된 것을 비롯하여 3월에는 러시아 대선, 4월에는 프랑스 대선 1차 선거가 치러진다. 10월에는 제18차 중국공산당 대회를 통해 중국의 대권이 시진핑(習近平) 국가부주석에게 승계되면서 ‘5세대 지도부’가 옹립될 전망이며, 11월에는 미국 대통령 선거가 예정돼 있다. 일본은 언제라도 총리가 바뀔 수 있는 상황이어서 우리나라를 둘러싸고 있는 미, 일, 러, 중의 국제정세가 요동칠 수 있는 한 해이기도 하다.

  국내적으로도 올해는 유난히 선거일정으로 꽉 차 있는 해다. 오는 4월 11일은 19대 국회 총선이 있는 날이며, 6월 13일에는 재·보궐선거가 있다. 그리고 12월 19일은 제18대 대통령 선거일이다. 이렇게 굵직한 국내선거들이 줄을 잇다 보면 국민 상호간에 갈등과 분열이 조장되기 쉽다. 이는 국민 상호간에 불신으로 이어져 국가경쟁력을 저하시키는 중대한 요인이 되기도 한다. 가뜩이나 세계경제가 그 앞길을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암울하기만 한 판국에 국익에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하는 국론의 분열과 갈등 양상은 심각히 우려해야할 중차대한 사안이다.

  지난 2011년을 총평하여 교수신문은 ‘掩耳盜鐘’(엄이도종)을 사자성어로 선정했다. 엄이도종이라 함은 ‘옳지 못한 일을 하면서도 남의 비난을 듣지 않으려고 귀를 막아보지만 소용이 없다.’는 뜻을 가진다. 무릇 위정자에 대한 국민의 준엄한 심판은 언제나 선거를 통하여 이루어지는 법이다. 다만 그 과정 속에서 정치·사회적 갈등과 분열이 조장되고 심화된다면 이 또한 경계하지 않을 수 없는 일이다.

  우리 속담 중에 ‘비 온 뒤에 땅이 굳어진다.’는 말이 있다. 비 온 뒤에 땅이 굳어지는 것은 흙이 비를 담아내기 때문이며 그 위를 사람의 발길로 다져주기 때문이다. 모쪼록 흑룡해인 새해에는 국민 모두의 노력과 소망이 결실을 맺기를 바란다. 그래서 온 국민이 만사형통(萬事亨通)하시며 구지부득(求之不得)하는 일이 없으시기를 빈다. 보합대화(保合大和)란 ‘한마음으로 뭉치면 큰 화합을 도모할 수 있다.’는 말이다.

◈박일훈 교수 프로필
▲일본 명치대 법학박사 ▲초당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 ▲무안문인협회 회장 ▲노령신문/시민신문/신안신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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