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아지 한 마리 끌고 산문에 들어왔다 갈팡질팡 천방지축 날뛰는 소 고삐가 너덜너덜 닳도록 길을 들였다 갈 곳 못갈 곳, 볼 꼴 못볼 꼴, 할 짓 못할 짓 손목이 휘어지도록 잡아끌고 예까지 왔다 제 맘대로 하고 싶어 뿔을 세워 허공을 받아치며 날뛸 때는 손목이 꺾어지고 팔이 빠졌다 마음 밭 짓밟고 애써지은 농사 망칠까봐 목숨 걸다시피 한 소몰이 살이 세월도 쌓이고 힘 빠진 늙은 소 되니 몸도 마음도 쉬어버린 채 주저앉아 비워버린 마음으로 무심 속 되새김질만 한다. 《시 「송아지」는 해심 큰스님 자신의 수행과정을 고백하고 있다. 이 시에서 문득 사찰 벽화의 하나인 이른바 십우도(十牛圖)를 연상한다. 십우도란 소를 타고 가는 소년의 그림을 말하는데, 심우도(尋牛圖)라고도 한다. 십우도는 선수행의 단계를 소를 찾아 나서는 것에 비유하여 그림으로 묘사한 것으로서 자급자족을 내세우는 선종에서 노동과 관련 있는 소를 등장시켜 선수행의 단계를 비유한 일종의 선종화(禪宗畵)이다. 잃어버린 소를 찾아 나선 사람이 소를 찾아 마침내 소와 내가 하나가 되는 이 그림은 목동이 소를 찾는 심우(尋牛)의 장면에서 시작해, 점수의 과정을 거쳐, 서서히 깨달음의 경지에 이르는 과정을 묘사하고 있다. /작품해설 : 박일훈 시인,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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