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누군가의 시룻번이고 싶다

詩人 박일훈
 
가슴 아픈 일들이 참 많은 세상
당신은
지금 무엇으로 우는가
 
어제는 분하고 억울해서 울고
오늘은 그리워 슬퍼서 울고
내일은 병들어 아파서 울고
언제나 괴롭고 외로워서 우는가
 
가마솥과 시루 사이 이음새를
밀가루반죽 돌돌 길게 말아 꼭꼭 다져 붙인 시룻번이
오열하는 가마솥 눈물을 다 삼켜내야
비로소 팥떡도 쫀득쫀득 여물어지는데,
마침내 칼끝에 무참히 떨려질지라도

나 한번쯤은
겨 반죽이라도 이겨
아파 우는 누군가의
설움 삼키는 시룻번이고 싶다.
 
(※시룻번 : 시루를 솥에 안칠 때 그 틈에서 김이 새지 않도록 바르는 반죽)
◈시인 박일훈 약력
▲무안문인협회 회장 ▲초당대학교 교수(법학박사/경찰행정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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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시룻번

詩人 이금미
 
세상은 내 가르마에
낡은 시루를 걸었지
솥뚜껑처럼 어깨 들썩여 울던 날
그대 젖은 손으로 반죽을 빚어
시룻번을 둘러놓을 때
 
채찍은 휘어질 때마다 상처를 만들었지
부뚜막에 올려진 사랑 익어가기 위해
내가 반죽으로 굳어져야 했던 날들
숨 막히는 고통 가슴에 가득 차고
김 나는 말들도 입술 속에 갇혀갈 때
 
그대에게 가는 길은 외롭고 어두웠지
꽈리 튼 뱀처럼 낯 설은 골목길
눈물로 돌고 돌아도 그 자리였지
가슴 한복판 기적소리 울리며 산모롱이를
낡은 기차가 덜컹이며 지나가고
 
그대가 눈부신 슬픔 빛나게 갈아
팥떡에 칼금 긋고 잘라내는 날
내 어둡고 긴 골목길에 그대의
젖은 손 다시 오는 날
그대 안고 놓지 않는 시룻번이 되고 싶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