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총선, 후보자 도덕성·정체성·개혁성 검증해야
 민심은 조변석(早變夕)이란 말이 있다. 수시로 변한다는 말인데 그 민심이 요즘 심상치 않다. 국정교과서 사태로 근 한 달간 전국이 요동치고 있다. 자식 같은 청소년들이 비를 맞으면서 국정교과서 반대를 외치는 모습을 보면서 이 땅의 어른으로서 아비로서 부끄럽기만 하다.

 대학교수, 교육감, 자치단체장, 그리고 국회의원의 릴레이 1인 시위가 계속되고, 전국의 역사학자들이 이 정권의 국정교과서 집필에 반대하는 성명을 발표하고 있으며, 야권에서도 강력히 항의하고 반대하고 있지만, 정권은 이를 무시하며 강행할 태세다.

 오래 전 영국의 역사학자 E.H.Carr는 그의 저서 ‘역사란 무엇인가?(What is History?)’에서 “역사란 과거와 현재의 부단한 대화”라고 설파한 적이 있다. 때문에 ‘수치스러운 역사, 울분의 역사, 통한의 역사’도 우리가 안아야 할 필연이며 인정해야 할 지난날의 자화상이다.

 그런데 참 기막힌 일들이 연달아 벌어지고 있다. 예전에 일본을 향해 역사왜곡 중단을 요구하는 정부의 성명들이 발표되었는데 아이러니컬하게도 이제 이 정부가 자국민에게 역사왜곡을 시도할 기미다. 여론조사를 보면 절반도 훨씬 넘는 국민들이 정부의 국정교과서 강행방침을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한국갤럽, 11월 6일, 국정교과서 찬성 36%, 반대 53%, 11%입장유보). 이렇듯 민심을 무시하고 강압적으로 펼친 정책들이 성공한 사례가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을 역사는 증명해주고 있지 않은가.

 철권통치로 반대자를 감옥에 넣고 긴급조치를 발동하여 국민의 입을 봉쇄했던 지난날 독재자의 최후는 어땠던가? 수많은 광주시민을 학살하고 권좌에 올라 무소불위의 통치를 일삼았고 애국학생과 민주인사들을 고문하면서 정권연장을 위해 혈안이 되었던 독재자는 국민적 분노의 함성을 강경진압하고 4?13 호헌을 주장하며 헌법 개정을 반대했던 그 사람도 민주화의 도래와 함께 군사반란 혐의로 구속되어 죄 값을 치르기도 했다. 이처럼 도도히 흐르는 역사는 끊임없이 이어지는 우리의 숨결이며 살아 움직이는 생물이라고 할 것이다.

 그럼에도 이 정부는 국민의 의견은 안중에도 없고 힘의 논리를 동원하여  일방통행식 조치를 취하고 있는데 이는 결코 성공할 수 없으며 엄청난 부작용을 초래할 것이라고 나는 확신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러한 정부 조치에 뜻있는 인사들의 1인 시위가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청소년에서부터 8순의 어르신, 그리고 정치인들의 피켓 시위가 줄을 잇는 것을 보면서 희망을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정치인들에게 주문하고자 한다. 표를 의식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지만 침묵보다는 행동으로 보여주십사고. 비록 그것이 진정성이 결여된 쑈라할지라도 출퇴근길에 단 한 시간이라도 피켓을 들고 정부방침에 항의하고 유권자에게 알리는 것이 지역민에 대한 도리일 테니 말이다. 그러나 그런 사람이 안 보인다. 행사장에는 빠짐없이 다니며 치적자랑과 악수세례를 펴지만 그것이 능사는 분명 아닐 것이다. 역사의식을 갖고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이 주민들의 공감대를 얻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얼마 전에 국민일보 칼럼(9월 21일)에서 야당의 생계형 국회의원들을 질타한 글을 읽은 적이 있는데 많은 독자들이 공감했을 것이다. 즉, 그는 국회의원직을 밥줄 정도로 여기거나, 정치 아니면 달리 할 게 없는 사람이 생계형으로 분류된다고 말하면서 제발 국가적 현안에 관심을 갖고 함께 고민하는 자세를 유권자와 국민에게 보여주라고 말한다. 백번 지당한 말씀이다.

 정치란 무엇인가? 국가적 현안을 조정하고 국민들의 고충을 듣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애쓰는 것이 정치의 본래적 사명이자 역할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때문에 정치를 하겠다고 나서는 사람들의 면면을 유심히 살피는 것은 유권자의 기본 의무이자 권리이기도 하다.

 그래서 다가오는 내년 4월의 총선에서는 각 후보자들이 갖고 있는 도덕성, 정체성, 개혁성, 그리고 책임성을 두루 관찰하여 여기에 부합하는 후보자를 선택하는 것이 유권자들의 지엄한 책무라고 생각한다.

 덧붙여서 각 후보자들도 따뜻한 곳에만 있지 말고 때로 찬바람이 부는 거리에 나가서 비록 쑈라고 할지라도 피켓을 들고 국민과 유권자에게 정부의 오만한 행태를 비판하고 항의하는데 앞장서서 오도되고 미화되며 감춰진 역사가 국정교과서로 탄생되지 못하도록 힘을 보태는 것도 중요한 일이기에 청소년들의 올바른 인식과 다양성을 배울 수 있도록 말보다는 행동으로 보여줄 것을 부탁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