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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 모든 길의 끝에는 바다가 있다 외 1편
배호남 초당대학교 교양학부 교수
 
배호남 교수 기사입력  2011/06/10 [00:45]
 


◈모든 길의 끝에는 바다가 있다

여덟시 사십분
목포발 서울행
기차 차창에
목포의 속곳이 흔들린다
 
나는 목포의 앞모습을 본 적이 없다. 그녀의 눈길은 언제나 바다를 바라보고 있으므로, 그녀를 떠날 때나 돌아올 때 내가 보는 것은 그녀의 뒷모습뿐이다.

港口(항구)란 습관처럼 이별하는 곳, 등대 불마저 꺼지면 뒤돌아서는 일은 쉬웠다. 해마다 원양선의 물거품으로 바다가 턱 높이에 차 오르면, 나는 배를 타지 못한 것을 후회했다.

그런 날은 유달산을 발 돋으며 넘겨보아도 그녀의 가리마 같은 섬들은 수평선을 보여주지 않았다. 그녀가 막아선 바다의 반대편을 향해 여러 번 백묵으로 출발선을 긋기도 했다.

그러다 童貞(동정)을 버리듯 스스럼없이, 바다 반대편의 길을 따라 나는 떠났다. 뒷모습뿐인 그녀를 돌아보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떠나는 길의 바닥에 귀를 대면 파도소리 굽이굽이 흘렀다. 모든 길의 끝에는 바다가 있고 내 바다 앞에는 그녀의 뒷모습이 있다. 산책처럼, 떠나온 길들은 모두 집으로 돌아가는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 이제는 바다를 봐도 눈물 흐르지 않고 팽팽한 출발선을 그어대는 일도 없지만
내가 바다 반대쪽으로 내딛을 때마다

그녀의 가리마 같은 섬들 수평선 쪽으로 주저앉으며 내 쉬는
기나 긴 탄식들
 
◈식물성의 꿈
 
섬진강 하구 어느
깨끗한 모래톱에
내 발목을 묻어줄 수 있을까
거기 발목 묻고
종일 기울어 가는 햇볕
불어 가는 바람에
열손가락 마디마디를
찬찬히 흔들어 줄 수 있을까
매일 모래톱에 조금씩 내어지는
개미들의 행렬에도 기꺼워하다 보면
그 행렬이 바다에 닿을 즈음
나는 하얗게 마른
나무 한 그루 돼 있지 않을까
그래서 언젠가는 네가 찾아와
내 이름 불러도
딱딱한 심장에
푸른 수액만 고요하고
강가 아이들이 놀러와
이건 사람나무야
신기해하며 매만져줄 수 있을까
 
어떤 열망도 자라지 못할
팍팍하고 정갈한 모래톱에
내 발목을

묻어 줄 수 있다면
 
▣배호남 교수 프로필
▲시인 ▲문학박사 ▲무안문인협회 이사 ▲초당대학교 교양학부 교수


 
기사입력: 2011/06/10 [00:45]  최종편집: ⓒ ror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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