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를 위해선 위험을 피하지 않는다
過飮(과음)이 지나치면 過淫(과음)된다
장자 秋水篇(추수편)에 “夏蟲不可 以語于氷 篤於時也(하충불가 이어우빙 독어시야), 여름 벌레에게 얼음을 설명할 수 없다. 여름이라는 시간에 얽매여 있기 때문이다.”고 했다.
여름 벌레가 여름이라는 ‘공간’과 ‘시간’에 사로잡혀 있는 것처럼 이 시대 인간 가운데 지식인이라고 자처하는 편협 속에 갇힌 부류들은 ‘여름 벌레’가 되어 글을 쓰고, 가르치고, 옳고 그름을 판단하며 국가와 사회의 질서를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다.
노자 도덕경에 있는 “絶學無憂(절학무우), 배움을 그치면 근심이 없어진다.”는 말이 떠오른다. 노자는 “사람들은 모두 여유가 있어 보이는데 나만 홀로 버려진 듯하다. 나는 어리석은 사람의 마음을 가졌나 보다. 일반 사람은 밝은 데 나만 홀로 어둡구나.”라고 했다. 지금 이 시대에 사는 사람들이 이런 생각을 하고 있지 않을까 한다.
사회는 민첩하고 영리하고 모든 일에 능한 사람들도 필요하지만(百伶百俐 백령백리), 끓는 물에 뛰어들고 불을 밟는 것처럼 위험을 피하지 않는 사람들도 필요로 하고 있다(赴湯蹈火부탕도화).
삼국지의 3대 대전 중의 하나인 이릉대전(夷陵大戰)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한다. 촉한 황제 유비는 제갈량 등의 극구 만류에도 불구하고 의형제 관우·장비의 원수를 갚겠다며 수십만 대군을 이끌고 형주 수복에 나섰으나, 손권(孫權)은 육손(陸遜)을 등용하여 유비 진영에 화공(火攻) 등 공격을 퍼붓고 촉군을 괴멸시켰다. 유비는 이릉대전에서 교만을 부리다가 참패하고 결국 목숨까지 잃고, 결국 촉한이 멸망했다. 유비의 주변 참모들의 의견을 무시한 것과 손권의 인재 등용에 대해 돌이켜봐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이 지난 6월 12일 ‘가장 좋아하는 역대 대통령’이라는 여론조사에 의하면, 노무현 전 대통령 31%, 박정희 전 대통령 24%, 김대중 전 대통령 15%를 차지해 세분이 70%를 차지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 9%, 윤석열 대통령 2.9%, 이승만 전 대통령 2.7%, 박근혜 전 대통령 2.4%, 이명박 전 대통령 1.6%, 김영삼 전 대통령 1.2%, 노태우 전 대통령 0.4% 순으로 나타났다.
필자는 지난 2015년 춘향가 중 ‘金樽美酒’ 글을 쓴바 있다. “정치인이 옷 벗어 제치고 호탕하게 웃으며 술 마실 때 민중들은 생활고에 시달리고, 값나가는 좋은 안주 씹을 때 민중은 손가락을 깨물고 있었으며, 술 마시고 안주 먹고 입술 닦을 때 민중은 옷소매에 눈물을 훔쳤으며, 술기운 올라 즐겁게 웃을 때 민중들의 원성하는 목소리만 높다.”고 당시 지역정치인의 술판을 비판한바 있다.
애주가였던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대통령 재임 5년 동안 ‘대통령은 늘 깨어있어야 한다’며 술을 입에 대지 않았다고 한다.
삿갓시인 김병립은 “渴時一滴如甘露 醉後添盃不如無(갈시일적여감로 취후첨배불여무), 목마를 때 한 잔 술은 단 이슬과 같으나, 취한 뒤에 또 한잔은 없느니만 못하다.”고 읊었다. 過飮(과음)이 지나치면 過淫(과음)되어 즉 음탕하고, 간사하며 사회를 어지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