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국정감사에서 국가자산 가치 보존과 증대에 기여해야 할 한국투자공사(KIC)가 오히려 잘못된 투자로 인해 외환 보유고 손실을 야기하고 있는 것으로 국회 기재위 이용섭 의원에 밝혀졌다.

  한국투자공사(KIC) 설립 목적은 “외환보유액 및 공공기금을 효율적으로 운용함으로써 국가자산을 증대하고 금융 산업 발전에 이바지 한다”고 되어 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민주당 이용섭 의원(광주 광산을)은 국감에서 “KIC가 표방하고 있는 ‘세계적 투자기관’이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은 부끄러운 결과”라고 지적했다.

  이용섭 의원(대변인)은 첫째, 민간 운용사에 비해 낮은 투자 경쟁력. 둘째, BoA(메릴린치) 전략적 투자의 사후관리 실패 등을 초라한 성적 등을 원인으로 분석했다.

◈전체 운용자산의 90% 차지하는 전통자산의 투자성과 부진

  한국투자공사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KIC의 전통자산 투자 성과는 투자를 개시한 2007년도부터 최근까지 지속적으로 지수(운용기준) 대비 부진한 성과를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주식 투자의 경우에는 투자개시 이후 단 한차례도 운용기준을 초과한 적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최초투자 이후 누적 초과수익률은 -2.33%이고 연환산 초과수익률도 -0.59%에 그쳤다. 전체 전통자산 투자수익률도 지난해 8.46%에서 금년 8개월간 0.55%로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이러한 저조한 투자실적이 KIC의 직접 투자에서 주로 기인한 것이라는 데 있다. 경제위기가 닥친 2008년과 올해만 겨우 체면치레를 했을 뿐, 매년 내부 운용실적이 외부위탁 운용실적보다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KIC가 전체자산의 90%를 전통자산 투자에 몰아넣고 있지만 연평균 투자수익률은 3.98%에 머물고 있는데다, 특히 전체 운용자산의 70% 비중을 차지하는 자체운용 수익률이 저조해 외환보유고 손실만 날로 커 가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해마다 외부 운용사에 지급하는 수수료는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용섭 의원은 “은행 정기예금보다 못한 수익률 성적을 보이고 있는 지금 실적대로라면, KIC는 ‘국부펀드 운용기관’이 아닌 기재부나 한국은행으로 받는 위탁 수수료로 겨우 연명하는 ‘수수료 수입기관’이 아니겠느냐”라고 반문했다.

  李 의원은 “한국은행이 KIC에 국가자산을 위탁하고, KIC가 다시 외부 운용사에 자산을 재위탁하는 구조로 돼 있는 현 시스템상, 국가는 이중으로 수수료를 지출하고 있는 셈”이라며 “그럴 바에는 한국은행이 직접 외부 운용사에 위탁하는 것이 효율성 면이나, 공사 설립 목적에도 부합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BoA(메릴린치) 배당금으로 ‘물타기’하다 손실 부추겨

  또한 국정감사·감사원 감사 등 매년 BoA(메릴린치) 투자에 대한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오히려 글로벌 경제위기 국면에 추가 투자를 감행한 KIC의 무리한 의사결정도 문제가 있어 보인다.

  2011년 9월말 현재 BoA(메릴린치) 투자 누적수익률은 -74.86%로서 초기 투자 원금 20억달러 중 3/4이 손실된 상태다. 이 상황에서 또다시 KIC가 BoA로부터 받은 배당금을 해당 주식에 추가로 투자함으로써 손실 증가를 오히려 부추겼다는 지적이다.  

  李 의원은 “유럽 재정위기와 미국 신용등급 하락 등으로 금융시장이 급락한 시점에 KIC가 오히려 BoA로부터 받은 주식배당금 1억4500만 달러 중 7,840만 달러를 올해 1월부터 7차례에 걸쳐 해당 주식에 재투자한 것은 손실을 희석시키기 위한 소위 ‘물타기 전략’이 아니냐라는 비판이다.”며 “배당금 추가 투자 결과, 2011년 9월말 현재 투입한 배당금 원금의 -42.72%인 약 3,350만달러가 손실이 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李 의원은 “KIC는 ‘2010년 말 당시 BoA의 당시 주가가 펀더멘탈 대비 낮다’는 판단 하에 배당금 추가투자를 결정했다고 해명하고 있으나, 당시의 의사결정에 판단 오류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현재 BoA 주가는 KIC가 추정한 예상치(2013년, $20~$25)보다 현저하게 하락했으며 더욱이 최근 BoA의 CDS(신용부도스와프) 프리미엄이 4.03%까지 치솟으면서 파산설이 대두되는 등 상황은 더욱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

  李 의원은 “KIC는 BoA의 내재가치를 양호하게 판단함으로써 소위 ‘물타기’를 통해 그간 누적된 손실을 만회할 계획이었던 것으로 보이지만, 이러한 상황을 전혀 예측하지 못한 KIC가 과연 국부펀드를 운용할만한 ‘전문성’을 가진 조직인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질적인 성장이 중요. 포트폴리오 다양화 등 대책 모색이 시급

  KIC는 타 국부펀드와의 대등한 경쟁을 위해서는 KIC의 자산운용 규모를 확대해야 한다고 ‘입버릇처럼’ 주장하고 있다. 게다가 타 공공기금까지 위탁받기 위해 용역을 진행하고 있는 등 추가 자산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기획재정부도 내년도 예산안에 100억불을 편성함으로써 KIC 주장에 박자를 맞춰주고 있다.

  李 의원은 “형편없는 성적을 거두고 있는 KIC가 투자수익률 제고에 대한 고민보다 ‘자산덩치 불리기’에만 급급하고 있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민간 운용기관보다 수익률이 낮은 것은 물론이고 해외 타 국부펀드와의 비교해도 KIC의 수익률이 저조한 마당에, 운용자산만 자꾸 늘리려는 것은 국부 유출의 위험을 키우는 일일 뿐만 아니라 정부의 수수료 지출만 늘리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 분명하다는 것이다.

  또한 KIC가 대부분의 자산을 전통자산 투자에 집중하고 있는 등 타 국가의 국부펀드에 비해 포트폴리오가 지극히 단순한 것도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이용섭 의원은 “양적인 증가가 아닌 질적인 성장이 중요하다”면서, “시장 영향을 덜 받는 대체자산 투자 비율을 확대하는 등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꾀해야 하며, 자산 감소분을 정부 위탁액을 늘리는 방법으로 메꾸려고 노력할 것이 아니라 KIC 스스로 혁신적인 투자리스크 관리 방안 등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민행 대표기자